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16일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보다 한층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교육부 등의 업무보고 당시 각 부처의 보고 내용보다 기관장을 질책하거나 송곳 질문을 퍼붓는 장면이 부각된 점을 의식한 듯, 이날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민원도 즉석에서 해결해 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 "숫자 외웠나 체크하는 사람 아냐"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다들 긴장되죠. 무슨 폭탄이 떨어질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무슨 숫자를 외웠거나 뭘 체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생중계되는 업무보고의) 시청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요새 넷플릭스보다 재밌다는 이야기가 있던데"라며 농담을 던졌다. 보고에 나선 공무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다이야기#릴게임지적보다 공무원 격려에 무게를 두었다.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별도 시스템을 만들어 신속히 민원을 처리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를 지목해 "아주 훌륭하게 잘 처리했다. 박수를 쳐주세요"라며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임승관 질병관리청장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향해선 "워낙 일을 잘하셔서"라고 덕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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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尹 정부' 임명 기관장 민원 즉시 해결
이 대통령은 릴짱릴게임 진료비 부당 청구 수사를 위해 직원 40여 명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해 달라는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건의에는 강훈식 비서실장을 향해 "저기는 해결해 주도록 하시죠"라며 즉석에서 해결해 줬다. 정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공항사장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말이 사아다쿨 참 길다"며 질책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인사에게 이 대통령이 더욱 모질게 대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반박하기라도 하듯 정 이사장의 현장 민원을 곧바로 수용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정병국 문화예술위원장과 김효재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의 업무보고도 무난하게 넘어갔다.

환단고기 논란 염두?... "누가 이런 얘기 하더라는 말"
이 대통령은 연명치료 중단 결정 시 보험료 절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여부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묻는 과정에서 "말만 하면 꼬투리를 잡아서...(내 의견이 아니라) 누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 이 말"이라고 했다.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을 계기로 "대통령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역사학계에서 위서(僞書)로 정리된 환단고기 주장에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환빠'(환단고기 추종자)라는 표현을 썼겠느냐"고 일축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도 "(보고할 때)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말라"며 투명한 보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국진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답변 도중 '주로'라는 표현을 몇 차례 사용하자 이 대통령은 "'주로' 같은 식으로 (모호하게) 표현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기소유예와 집행유예를 헷갈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강백원 마약안전기획관(국장)에게는 "(용어를) 구분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