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영 목포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고전문학 박사


이승과 저승을 차지하게 된 대별왕과 소별왕 내력을 담은 천자왕 본풀이가 있다. 세상이 막 만들어지던 때, 천지왕은 해도 둘, 달도 둘인 세상에서 낮이면 더위가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고 밤이면 추위가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꿈을 꾼다. 그런 다음 또 다른 꿈을 꾸었는데 해와 달을 하나씩 먹고 부인을 얻어 결혼하는 꿈이었다. 꿈을 이상히 여긴 천지왕은 지상으로 내려와 총명부인을 만난다. 대접할 게 마땅치 않았던 총명부인이 수명장자에게 쌀을 빌려 밥을 차 바다이야기고래 려온다. 밥에서 모래가 씹혀 천지왕이 그 사연을 묻는다. 총명부인은 욕심 많은 수명장자에게 쌀을 빌리게 되었는데 그 속에 모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수명장자의 수작에 화가 난 천지왕이 수명장자를 벌한다. 그런 다음 총명부인에게 아이가 태어나 자신을 찾아오려고 하면 박씨를 심으라는 말과 함께 박씨를 남겨 두고 하늘로 돌아간다. 태기가 있었던 총명부인은 바다이야기부활 아들 둘을 낳아 천지왕의 말대로 첫째를 대별왕, 둘째를 소별왕이라 이름한다. 장성한 두 형제가 아버지를 찾자 총명부인이 박씨를 아들들에게 주는데 박씨를 심으니 박씨에서 난 줄기가 하늘로 이어진다. 두 아들은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버지를 만난다. 천지왕은 형인 대별왕에게는 이승을 맡기고 소별왕에게는 저승을 맡기려 한다. 이승이 탐났던 소별왕이 형에게 백경릴게임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이승을 차지하기로 하자고 한다. 여러 번의 내기 끝에 꽃씨를 심어 더 잘 핀 꽃의 주인이 이승의 주인이 되기로 한다. 대별왕의 꽃이 더 잘 피었는데, 이를 안 소별왕이 꽃을 바꾸어 버린다. 그리하여 소별왕은 이승을, 대별왕은 저승을 차지하게 된다. 소별왕의 생각과 달리 이승은 욕심과 불화와 악행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소별왕이 대별 릴게임온라인 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대별왕이 해 하나와 달 하나를 떨어뜨리고 세상의 혼란을 정리하며 소별왕을 도와준다.
해를 누가 떨어뜨리는지 언제 떨어뜨리는지, 수명장자에 대한 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따라 천지왕본풀이 이본은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이승과 저승을 다스리는 자가 누구인지와 세상의 질서가 어떻게 구축되는 지를 중심에 둔 이 본 야마토게임장 풀이의 서사와 관계없이 이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해가 두 개이고 달이 두 개인 세상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뜨겁거나 춥기도 하겠지만 그런 세상에서는 시간 의식도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바빠 번아웃이니 블랙아웃이니 하는 말이 일상 용어가 되어가는 분주한 시절을 관통하고 있어서인지 두 개의 달과 두 개의 해로 구축된 세상에서 하루는 어떻게 이어질까 하게 되는 것이다.
두 개의 달과 두 개의 해로 만들어진 세상에서는 날씨도 날씨지만 시간 감각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시계가 생기면서 인류의 삶이 시계에 맞추어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는 해와 달을 중심으로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이 자리하게 되어 있었는데,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고 등하교 시간이 정해지고 약속 시간을 숫자로 특정하게 됨으로써 해가 뜨는 시간에 나갔다가 해가 질 즈음이면 일을 마무리하고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단절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떠올리며 천지왕본풀이가 있던 시대는 시계가 없던 시대였으니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로 인해 당시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보다 더 조밀하게 시간을 감각하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해와 달이 두 개씩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의 시간 감각은 어떻게 될까.
전 인류가 바쁜 연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연말에는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손에 쥔 것 보다는 못다 이룬 게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후회가 남는다 해도 저마다의 가슴에 달과 해를 하나씩 더 두고 딴에는 필사적으로 달려온 한해일 것이다. 달도 하나 해도 하나인 세상이니 가슴에 달 하나 해 하나 놓아두고 적어도 거기서는 천천히 숨 고를 여유를 가져보아야 할 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