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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민 작성일26-10-21 17:52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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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한가운데인 10월이 깊어 가면 북미 대륙은 붉은 단풍으로 물든다. 동북부의 중심도시 뉴욕과 보스턴을 지나 메인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음으로 가득 찬다. 그보다 남부인 노스캐롤라이나는 번식기가 다가오는 사슴의 연이은 출현으로 도로가 위험해지기도 한다.
10월은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풋볼(미식축구) 시즌이 무르익는 시기이기도 하다. /게티이미지
10월은 또한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풋볼(미식축구) 시즌이 무르익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대학 풋볼 갖가지 이변의 속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금요일 저녁에는 동네 고등학교의 풋볼 경기장 라이트와 방송 소음으로 동네가 시끌시끌 해진다. 불금이 무색해질 정도로 스포츠의 열기에 휩쓸린다.
풋볼보다 인기가 덜한 축구 경기는 주중에 열린다. 11월 초 화요일에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의 신경은 유난히 날카로워진다. 경기 결과 때문이 아니다. 이때 바로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국의 대선이나 중간선거가 결과가 결정되는 때라서 그렇다. 최근에는 조기투표가 가능해져서 대개 10월에 거주하는 카운티(시군)의 투표소를 방문해서 투표를 마친다.
중간선거는 대통령 선거 중간에 열리는 총선이다. 정확히 지난 대선 2년 후에 선거가 진행된다. 그 2년 후에는 다음 대선과 총선이 기다린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책정된 연방 하원 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고 주마다 2명씩 정해져 있는 연방 상원 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을 대상으로 한다.
중간선거는 대개 현직 대통령의 무덤으로 인식된다. 2년 전 대선에서 열렬한 지지 속에 엄청난 국민의 성원을 안고 집권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식어가는 와중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정책은 언제나 변화를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성에 차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고전한다.
대통령이 비교적 무난하게 국정을 펼쳤어도 꼬투리를 잡고 약.을 공략하는 야당의 총공세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는 가운데 그 해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는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 존 매케인 후보에 압승을 거두었다. 오바마는 과반을 훨씬 상회하는 선거인단 365명을 확보해 173명에 그친 매케인 후보에게 완패를 안겼다.
전 지구가 오바마를 반겼고 그의 집권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을 노벨 평화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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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2년 후 벌어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63석, 상원에서 6석을 잃어버리는 참패를 당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 선거에서 공화당에 선거를 안겨준 것은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이라는 풀뿌리 보수주의 세력이었다. 이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집권 하에 벌어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골몰하던 오바마를 거세게 밀어부쳤다. 양적완화와 구제금융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했던 오바마의 정책이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 공격했다.
더불어 전 국민 건강보험 시행을 위해 추진하던 '오바마케어'가 세금 인상을 촉발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개인의 의무적 건강보험 가입도 보수주의 세력의 심기를 크게 거슬렸다. 오바마케어가 정부가 나서 의료 시장을 통제하려는 사회주의적 시도라 규탄했다. 과거 영국의 식민통치 압제 하에 결연히 일어섰던 보스턴 차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티 파티'라 명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집권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티파티의 집요한 공격 속에 2014년 벌어진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다수당 탈환에 실패한 데 이어 상원까지 공화당에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13석을 추가하고 상원에서도 9석을 더해 안정적으로 양원 다수당을 차지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의회와 충돌하며 주요 정책을 법안 대신 행정명령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양당 간 극심한 대립은 이미 2011년 연방정부 채무한도 협상 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이 채무한도 상향을 놓고 막판까지 대치하면서 미국의 국가채무 불이행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같은 해 8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당시 민주당의 중간선거 패배는 회복되던 경기가 다소 주춤해지고 주택 가격도 바닥을 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었던 영향도 컸다. 선거 직전 지지율이 미 대통령에게는 마의 구간이라는 40%를 깨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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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오바마의 지지도는 48%까지 상승하지만 2016 대선에서는 트럼프에게 대권을 넘겨야 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것은 티파티 운동이 더욱 보수적이고 국수적으로 변모한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 덕택이었다. 오바마-바이든 진영의 진보성과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등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외 적극 개입 정책에 염증을 느낀 미국 유권자는 더욱 보수화했다.
1980년 '미국을 위대하게(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화려하게 등장해 규제완화와 감세 등 공급 중시 정책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미 경제의 장기 성장을 이끌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한몫했다. 레이건은 절제된 카리스마로 영국 마가렛 대처 총리와 협력해 소련과 동구 공산주의를 끝장냈던 보수권의 영웅이었다.
트럼프는 달변을 통해 레이건에 대한 향수와 티파티의 보수성을 결합해 마가 운동을 성공적으로 조직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경기침체로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트럼프의 마가 운동이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고령의 나이와 인플레이션으로 4년 후 정권을 다시 공화당에게 되돌려줘야 했다.
팬데믹 당시 국경 통제에 실패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문제 삼으며 집권한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 정책을 노골화하며 미국 고립주의를 정권의 상징으로 삼았다. 사우디 등과의 협력을 통해 유가를 안정시켜 물가를 내리고 금리도 안정시켜 서민 경제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시장 친화적인 가상자산 정책과 AI 투자 촉진을 통해 미 경제의 주도권도 강화하고자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감세를 이어가며 보수정권의 정책을 계승하고 해외 자산도 개발해 미 경제 장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교육과 직장 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강화하려는 과거 민주당 정권의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추진과 낙태와 동성애 옹호에 지친 마가 진영은 트럼프의 정책을 강력히 옹호했다.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 경제였다. 바이든 정권 이래 크게 늘어난 재정적자가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이어지면서 나랏빚은 천문학적 수준인 40조 달러를 상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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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전비 지출이 늘어나 재정적자는 줄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더불어 전쟁 이전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까지 100달러 안팎으로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AI 설비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광적으로 진행되면서 물가 사승 압력은 갈수록 커졌다.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에 더해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까지 이어지면서 시중 금리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무엇보다 마가 진영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간 타 지역 분쟁에 대한 네오콘의 개입을 공격하고 고립주의를 선호해 온 마가 진영은 이란 전쟁 개시를 묵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마가 진영은 내부 파열음을 일으키고 분열했다. 중동 전역에서 혼란이 증가하고 유가와 물가가 치솟으면서 마가 진영의 회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반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지원 축소와 강력한 반이민 정책, 트럼프의 주식 투자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에서 보지 못하는 풍경에 진저리가 난 상태다. 경합주로 불리는 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거의 확정지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쉽사리 민주당의 압승을 예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있다. 과거 수차례 트럼프의 몰락을 예견했지만 그는 마법을 펼치듯 강력한 건재를 과시했다. 트럼프 매직의 비결은 강력한 마가 진영이다. 마가 운동이 이전의 뒷심을 펼쳐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 선거는 박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처 입은 마가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면 민주당은 압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간선거가 마가와 트럼프로 상징되는 포퓰리스트 정치의 연장 여부를 좌우하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 <관세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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